저는 컴퓨터 교재를 직접 집필하면서 시험 준비와 실무 적응이 완전히 다른 세계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일반적으로 자격증 시험만 잘 준비하면 현장에서도 바로 통할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제 경험상 이건 정말 큰 오해입니다. 교재를 쓰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시험 채점 기준에 맞춰야 하는 정형화된 설명과, 제가 실제로 현장에서 겪은 유연하고 효율적인 방식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메워야 할지 고민하는 일이었습니다.
시험과 실무, 기술 접근 방식부터 다르다
시험에서 요구하는 방식과 실무에서 쓰이는 방식은 출발점부터 다릅니다. 시험은 규격화된 답안(Standard Answer)을 요구합니다. 여기서 규격화된 답안이란 정해진 시간 안에 특정 기능을 정확히 사용했는지를 검증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엑셀 시험에서는 VLOOKUP 함수를 쓰라고 하면 반드시 그 함수를 써야 하고, 다른 방법으로 같은 결과를 낸다 해도 감점 요인이 됩니다. 효율성보다는 "이 기능을 알고 있느냐"를 테스트하는 거죠.

그런데 실무는 정반대입니다. 저는 회사에서 데이터를 처리할 때 가장 빠르고 정확한 방법을 찾는 게 우선이었습니다. 같은 작업을 VLOOKUP으로 할 수도 있지만, 데이터가 많으면 파워쿼리(Power Query)를 쓰거나 아예 파이썬 스크립트로 자동화하는 게 훨씬 효율적입니다. 여기서 파워쿼리란 엑셀에 내장된 데이터 변환 도구로, 반복적인 데이터 정제 작업을 자동으로 기록하고 재실행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그런데 교재에 이런 내용을 쓰려고 하면 "시험에 안 나오는데 굳이 알려줘야 하나?" 하는 고민이 생깁니다.
실제로 저는 교재 원고를 쓰다가도 "이 설명이 시험엔 맞지만 실무에선 비효율적인데" 하는 생각에 자주 멈춰 섰습니다. 한 예로, 시험에서는 데이터 병합을 할 때 VLOOKUP을 단계별로 입력하게 하지만, 저는 현장에서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복사-붙여 넣기로 수식을 채우고, 오류가 나면 IFERROR로 한 번에 감싸버립니다. 하지만 시험 답안으로 이렇게 제출하면 과정 점수를 못 받을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시험은 절차를 중시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실무는 결과와 속도를 더 중시합니다.
최근 한국생산성본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실무자들이 엑셀 작업에 소요하는 시간의 약 60%가 반복 작업에 쓰인다고 합니다([출처: 한국생산성본부](https://www.kpc.or.kr)). 이 반복 작업을 줄이는 게 실무의 핵심인데, 시험은 그 반복 과정을 손으로 하나하나 수행할 수 있는지를 묻는 겁니다. 교재를 쓰면서 이 괴리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정말 고민이 많았습니다.
데이터 정제, 시험에선 보이지 않는 실무의 본질
시험 문제는 항상 깔끔한 데이터로 시작합니다. 빈칸도 없고, 오타도 없고, 날짜 형식도 통일돼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기업에서 받아본 데이터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열 제목이 병합된 셀로 두 줄에 걸쳐 있거나, 숫자인 줄 알았던 열에 텍스트가 섞여 있거나, 중간중간 합계 행이 끼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실무에서는 이런 "더러운 데이터(Dirty Data)"를 정제하는 데 시간의 대부분을 씁니다. 여기서 데이터 정제란 원본 데이터에 포함된 오류, 중복, 형식 불일치 등을 제거하고 분석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작업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날짜가 어떤 행은 "2025-01-15" 형식이고, 어떤 행은 "2025.1.15"나 "1/15/2025"로 뒤섞여 있으면 이걸 먼저 통일해야 합니다. 누락된 값(Missing Value)을 채우거나 삭제하는 것도 필수입니다.

저는 교재를 쓰면서 이 부분을 어떻게 담아낼지 정말 고민했습니다. 시험 대비서에 데이터 정제 과정을 길게 넣으면 "시험에 안 나오는 내용"이라며 외면받을 수 있고, 안 넣으면 실무에 바로 적용할 수 없는 반쪽짜리 책이 됩니다. 일반적으로 교재는 시험 합격을 목표로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실무 준비까지 함께 다루지 않으면 학습자는 현장에서 다시 막힙니다.
실제로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데이터 분석 프로젝트 전체 시간의 평균 50~70%가 데이터 정제에 소요된다고 합니다([출처: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https://www.kdata.or.kr)). 그런데 시험에서는 이 과정이 완전히 생략됩니다. 시험 문제는 이미 정제된 데이터를 주고 "이제 분석하세요"라고 하는 거죠. 저는 교재 원고에 "실무에서는 데이터 정제가 먼저"라는 문장을 여러 번 넣었다가 지웠다를 반복했습니다. 결국 팁 박스 형태로 작게 넣긴 했는데, 그래도 뭔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문제 해결 방식입니다. 시험은 "VLOOKUP 함수를 사용하시오"처럼 기능 자체를 묻습니다. 하지만 실무는 "이 두 파일의 데이터를 어떻게 합칠 것인가?"라는 상황을 던집니다. VLOOKUP을 쓸 수도 있고, INDEX-MATCH를 쓸 수도 있고, 파워쿼리로 병합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현장에서 늘 "어떤 방법이 가장 빠르고 오류가 적을까?"를 먼저 생각했습니다. 함수를 안다고 해서 실무 문제를 바로 풀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교재를 쓰면서 더 절실히 느꼈습니다.
정리하면, 시험은 기초 체력을 검증하는 최소한의 관문입니다. 하지만 실무는 그 이후에 계속 변하는 환경 속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도구를 조합하는 능력이 더 중요합니다. 저는 교재를 쓰면서 이 간극을 완전히 메우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학습자들이 "시험 이후에 뭘 더 배워야 하는지"를 알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려 노력했습니다. 시험 합격은 출발선일 뿐이고, 실무는 그 이후에 계속 걸어가야 할 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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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한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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