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처음엔 놀랐습니다.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요즘 학생들이 컴퓨터 전원 버튼을 찾지 못하고, 파일 저장 방법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말입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컴퓨터 학원을 운영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쳐 보니 이건 단순히 스마트폰 탓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교에서 실제로 컴퓨터를 만지고 조작해 보는 시간 자체가 크게 줄어든 것이 더 큰 문제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생겼습니다.

스마트폰 세대의 컴퓨터 활용 능력 저하
요즘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신기한 현상을 자주 목격합니다. 휴대폰으로는 정말 빠르게 정보를 검색하고 앱을 능숙하게 다루는데, 막상 컴퓨터 앞에 앉히면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입니다. 마우스를 움직이는 것조차 어색해하고, 폴더를 만들어 파일을 저장하는 과정을 처음 보는 것처럼 느끼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전북의 한 중학교에서 1학년 정보 교과를 가르치는 교사는 수업 첫 시간에 진도를 나가지 않고 컴퓨터 기초부터 가르친다고 합니다. 컴퓨터 구성, 전원 켜는 법, 마우스와 키보드 다루는 법 같은 것들입니다. 20여 년간 학생들을 가르친 이 교사에 따르면 학생들의 절반가량이 노트북이나 데스크톱을 다룰 줄 모른다고 합니다. 일부 학생은 모니터를 본체로 착각하거나 전원을 끄는 법을 몰라 강제 종료를 시키기도 한다고 합니다([출처: 동아일보](https://www.donga.com)).
제가 학원에서 직접 겪은 사례도 비슷했습니다. 저장된 파일을 찾지 못해 한참을 헤매다가 결국 처음부터 다시 작업하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어떤 학생은 키보드 타이핑 속도가 너무 느려서 수업 내용을 따라가는 것 자체가 버거워 보였습니다. 고등학교에서는 이러한 기본 능력의 차이가 소프트웨어 활용 능력 격차로 누적됩니다. 파이썬(Python)이나 C언어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로 텍스트 코딩을 배울 때 타이핑 활동이 반드시 필요한데, 기본조차 어려운 학생들은 수업 진도를 버거워하는 반면 잘하는 학생들은 대학생 수준이라 격차가 크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텍스트 코딩이란 블록을 조립하는 방식이 아니라 실제 프로그래밍 언어 문법을 직접 입력해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이 과정에서는 키보드 활용 능력이 필수적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문제의 핵심이 스마트폰 사용 자체라기보다는 디지털 기기 사용 경험의 불균형에 있는 것 같습니다. 스마트폰은 정보를 소비하는 데 최적화된 도구입니다. 영상을 보고 글을 읽는 데는 익숙하지만 문서를 만들거나 데이터를 정리하는 작업은 전혀 다른 종류의 능력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학교나 가정에서 이런 생산적 활동을 연습할 기회가 충분하지 않은 것입니다.
교육 현장의 실습 경험 부족과 지역 격차
스마트폰 탓을 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실제 교육 현장에서 컴퓨터를 직접 다루는 시간이 줄어든 점이 더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봅니다. 2015 개정 교육과정부터 정보 교과는 ICT 활용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기초 소양으로 중심이 이동했습니다. 여기서 ICT란 정보통신기술(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y)을 뜻하는데, 쉽게 말해 컴퓨터와 인터넷을 실제로 사용하는 능력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활용 교육이 약화되면서 컴퓨팅 사고력만 강조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컴퓨팅 사고력이란 문제를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해결하는 사고 방식을 의미합니다. 중요한 개념이지만 이를 실제로 구현할 기술이 없다면 의미가 없습니다.

초등학교에서는 실과 수업을 활용해 17시간 내외로 관련 내용을 배우고, 중학교에서는 정보 교과가 34시간 필수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서는 선택 사항입니다. 정보 교과가 개설되지 않은 고교에 진학하면 학생이 원해도 수업을 받을 수 없습니다. 경기 용인에 사는 한 학생은 중학교 때 정보 수업을 듣고 개발자로 진로를 정했지만, 고등학교에서도 계속 배우고 싶어서 정보 과목이 개설된 학교만 골라서 지원했다고 합니다.
지역별 격차는 더욱 심각합니다. 중고교 1105개교가 있는 경기도는 정보교사가 1421명이 있어 산술적으로 한 학교에 1명씩 배치되어 있습니다. 반면 중고교 342개교가 있는 전북은 도내 정보교사가 110명뿐입니다([출처: 한국교육개발원](https://www.kedi.re.kr)). 전북, 강원, 경북 등 정보교사 수가 적은 지역에서는 교사들이 7~8개 학교를 순회하며 수업을 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학생 한 명 한 명의 수준을 파악하고 실습을 제대로 지도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제가 학원을 운영하면서 느낀 점은 실습 시간의 중요성입니다. 저는 수업을 할 때 처음부터 어려운 프로그램을 설명하기보다는 기본적인 컴퓨터 사용부터 다시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키보드 배열을 익히고, 파일을 저장하고 불러오는 과정, 폴더를 정리하는 방법 같은 것들입니다. 겉으로 보면 단순한 과정이지만 이런 기초가 없는 상태에서 소프트웨어 수업을 진행하면 학생들 사이의 격차가 빠르게 벌어졌습니다.
교사에 따라 교육의 질이 차이나는 문제도 있습니다. 초등학교에서는 전담교사가 없는 과목은 담임교사가 모두 가르치는데, 담임교사가 정보 교육에 관심이 없다면 컴퓨터실에 가지 않고 이론 수업으로만 시간을 채울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학생이 컴퓨터를 이용해 코딩을 해볼 수도, 종이에 알고리즘 도식도만 그릴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학교에 따라 보급되는 디지털 기기의 종류도 다릅니다. 일부 시도교육청에서는 학생들에게 스마트 기기를 보급하는데, 자체 예산으로 블루투스 키보드를 함께 구매하는 학교도 있고 그렇지 않은 학교도 있습니다. 대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키보드를 써본 학생들과 아닌 학생들의 차이가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작은 차이가 누적되면서 같은 교실 안에서도 디지털 격차가 벌어지는 것입니다.
주요 문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실습 중심 교육 시간 부족으로 인한 기본 활용 능력 저하
- 정보교사 부족으로 인한 순회 수업과 교육 질 하락
- 지역과 학교에 따른 기기 보급 및 교육 환경 격차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디지털 교육을 강화한다고 하면서 정작 기본적인 컴퓨터 사용 경험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점 말입니다. 제 경험상 학생들이 처음으로 파일을 제대로 저장해 보고 "이거 되는 거네요"라고 웃던 표정이 기억납니다. 그런 작은 경험들이 결국은 컴퓨터를 사용하는 자신감을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초등학교에서 실과 교과를 포함해 학교 자율시간을 활용해 정보 수업 시수를 34시간 이상 마련하도록 권장하고, 중학교에서는 68시간 이상 편성·운영을 권장했습니다. 하지만 '권장'이라는 표현이 모호하고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실질적인 시수 확대 없이는 구호에 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장에서는 교사 충원이 가장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현재 전국 12 학급 이상 중고교는 5614개교이지만 정보 교사는 2754명뿐입니다. 전국 대학에 남아있는 컴퓨터교육학과는 8개 과에 불과해 연간 최대 200명의 졸업생이 배출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소프트웨어 교육을 필수화해 모든 학생이 배우도록 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기본 컴퓨터 활용 교육이 사라지면 따로 교육을 받은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 간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
참고: 동아일보
함께 읽을 글
-컴퓨터학원 수강 유지율 (신뢰 관계, 작은 성취, 현장 운영)
-컴퓨터 교육 현장에서 세대별 학습 속도 차이 관찰 기록
'컴퓨터 교육 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컴퓨터 교육 현장에서 세대별 학습 속도 차이 관찰 기록 (0) | 2026.03.05 |
|---|---|
| 오프라인 강의와 온라인 강의의 집중도 차이 (0) | 2026.03.04 |
| IMF 이후 직업교육 시장 (실업자 훈련, 민영화, 바우처 제도) (0) | 2026.03.03 |
| 교육기관이 공공사업과 협력할 때 필요한 조건 정리 (0) | 2026.03.03 |
| 학생들에게 IIT 분야 자격증 취득이 중요한 이유 (0) | 2026.03.02 |